지옥의 땅따먹기 - DotA

DotA(Defence of The Ancients)라는 게임에 빠졌다.
워 크래프트3에서 커스텀 게임으로 제공된 맵(온라인 다운 받아야 한다)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공성전으로 CHAOS라고도 불려지는 이 게임은 다양한 영웅들과 색다른 스킬로 인해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익히 알고있었던 워 크래프트의 영웅들을 이용한 극대화 된 전쟁이라고나 할까..? 센티널진영과  스컬지진영으로 나뉘어져 돌격해오는 적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면 아이템을 살 수 있는 돈을 얻는다. 믈론 적의 영웅을 제거하면 더 많은 양의 돈을 얻게 되는데 이것으로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비할 수 있다.
아이템에 따라 각 영웅간의 능력치가 달라지고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적의 영웅들을 2마리 정도까지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철저한 팀플이 관건이므로 혼자 아무리 잘나도 팀웍으로 덤비는 적에게는 혼자 당해낼 수 없도록 설계되어있다. 이것이 도타의 매력인듯.. 아무리 초보라도 팀을 지휘하는(게임 시작하면 이것 저것 지시하는 사람 꼭 있다..)대로 움직여 주면 공성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 주로 이스트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을 하는데 대부분 호스트를 하는 사람은 친구들이나 함께 도타를 하는 사람들을 달고 들어오는듯...

재미삼아 인터넷에서 워3 맵핵을 다운받아 레더를 하다가 걸려서 아이디 삭제당하고는(딱 3판밖에 안했다구..ㅠㅠ)  허탈함에 레더는 포기하고 커스텀 게임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도타.
나름 푸티스나 라인워들도 유저들이 많았지만 그리 재미를 못느꼈던 차에 꽤나 박진감 넘치고 균형이 잘 잡혀있는 도타에 단숨에 매료되었다.(다른 게임은 말도 안되는 1:6이 된다...) 처음엔 같은 캐릭을 선택하더라도 스킬이 랜덤으로 설정돼는 바람에 당황스러웠지만 오랫동안 래더게임을 즐겨왔던 덕분인지 금새 분위기 파악을 하고는 적응했다. 

조금씩 알게돼는 팁들과 캐릭터간의 상성...그리고 호흡이 잘 맞는 유저의 아이디들..
오늘 밤도 인터넷의 전쟁판에선 불꽃튀는 전투가 시작된다.

by Soover13 | 2007/08/17 15:55 | 트랙백 | 덧글(0)

슬픈 호러 - 기담, 스티븐 킹의 1408

람이 귀신을 보는것은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라고 스티븐킹의 1408에서 지배인역의 사무엘 잭슨이 말한다.
주말동안 공포영화를 2편이나 연달아 본지라, <기담>과 <1408>이 마구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게다가 두편의 비주얼 완성도가 의외로 뛰어나서(아...물론 <디 -워>도 괜찮았다고 그랬었다...) 눈이 호강 좀 했다는...
보통때라면 이 두 편을 따로 포스팅 했겠지만 담고있는 내용들이 같은 맥락으로 흐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에 포스팅 하겠다.
둘 중에 꼽으라면 <기담>을 더 재미있게 봤다. <1408>을 먼저 봤더라면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을진 모르겠지만 <기담>을 먼저 본 상태로서는 <1408>이 좀 맥이 빠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1408>도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로는 손에 꼽힐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중 가장 큰것은 장르영화로서의 안락함(패턴화 되어있는 익숙한 상황들...)과 더불어 잔인한 고어장면들(특수 효과가 발전함에 있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장르라 생각한다...)과 그런 익숙함을 어떻게 비틀어 풀어내는가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좋아해서일 것이다. 한 발은 안락한 자신의 세계에 담가두고 다른 한발을 위험의 세계로  딛어보고 싶은 인간의 호기심이 더욱 거센 공포물을 부추긴다. 현제 거장이라 손에 꼽히는 감독들도 대부분 호러라는 장르로 시작해서 거장의 반열로 건너온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만큼이나 많이 만들어지고 제작여건에서 탄력이 있고(뭐....돈이 조금 든다는...) 반짝흥행으로도 긴 여운과 각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수많은 감독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장르인 것이다. 그런 덕분에 제작편수가 상당한데, 졸속 제작이나 시기를 노린 시즌용 영화로 날림공사를 하는 호러영화들도 무척이나 많다. 다른 장르의 영화보다 사건의 그럴싸한 설정을 만들기가 여간 쉽지않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한이 서린 유령이나 미치광이 살인마 등으로 진행이 돼는데 적절한 살인의 이유를 새롭게 창작한다는게 어디 쉬운일이겠는가...(반전을 위해서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라도...물론 반전 없는 반 그리스도적 영화들도 있다...)

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이 두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슬픔'이다. 무서운 영화를 보러왔는데 슬픔을 느낀다. 이게 참으로 관객을 만족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뭐 어느 영화에서도 통용되는 법칙이겠지만...좀 더 쎈 감정을 느끼기에 하나의 감정으로는 만족을 못하니 또다른 감정을 같이 자극한다. 이 원초적인 공포와 슬픔의 감정이 만나면 사람을 참으로 기분좋게 자극해준다. 희안하다....
<여고괴담2>와 <장화, 홍련>이라는 걸작호러의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이런 슬픔을 쉽게 감지해낼 수 있다.
그런데, 호러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슬픔을 불러오기 위해...혹은 뒤통수를 후려치는 스릴을 위해 플래쉬백이 남발한다.
영화가 복잡해진다. 대체 뭔 말을 하는지 줄거리를 놓친다. 누가 누굴 얘기하는지 혼란스러워 진다. 영화 지루해진다. 라는 대게의 도식은 실패를 걷는 대부분의 호러영화들의 공식이다. 아주 작은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미묘한 차이의 줄타기가 있다.
이 줄타기를 누가 더 잘하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혹은, 훌륭한 걸작이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영화는 성공적이라 하겠다. 

먼저 <기담>을 살펴보면...
늙은 노교수의 나레이션을 통해 과거회상으로 시작해서 시간의 배열을 점차 이전으로 돌아가 진행하다 결국 한곳에서 만나는...그리고는 다시 현제(라곤 해도 1970년대...)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독특한 방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반 이후까지도 무척이나 인상 깊은 귀신들이 등장해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주는데...그 귀신들은 자신의 원한으로 나타난다기 보다는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는 산 사람들에 의해 문제의 <안세병원>으로 소환된다.
점차 쌓아올린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점이 드러났을때...앞서의 공포감은 점차 다른 감정으로 이입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말부분...원귀들의 집합소 같았던 <안생병원>이 철거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막막해지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
노교수가 평생을 따라다닌 처녀귀신에게 나즈막히 읖조리는 대사는 여운이 꽤 길다.


세가지 이야기 중 가장 섬뜩했던 귀신이 등장한 스틸....
이미지로만 보면 기존 <링>스타일의 원귀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지만 여기에 사운드가 첨가되면 전혀 색달라진다.
김기덕 감독의 <숨>에 출연했던 배우 지아가 새롭게 해석해 낸 이 원귀는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 중 하나이다.
더불어 영화전반의 사운드도 기존의 호러답지 않게 과잉이라는 느낌이 없는데...적막하게 진행되다가 필요한 부분에서 정확히 키를 잡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생각보다 영화가 조용하고 고요한 가운데 슬픈 멜로디가 주종을 이룬다.
특히나 화사한 톤의 화면들이 간간히 등장하는데 깔리는 배경음악은 절제미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일본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에(왜색이라 하는...) 기모노도 등장하지만 여느모로 보나 그런 거부감은 쉽사리 잊고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장화, 홍련>이후 기억에 각인될 멋진 호러영화를 만났다.


그리고...<1408>

여기엔 정말 등장인물이 몇 안 나온다. 크레딧으로 올라가는 캐스트 칸이 정말 짧다. 하지만 영화의 임팩트는 짧지 않았다.
스티븐 킹이 자신의 자서전격+글쓰는 얘기를 담았던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탈고까지의 과정을 위해 썼던 예시문을 발전시켜서 따로 단편을 발표한 작품을 원작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국내에는 아직 이 단편이 팩으로 나온거 같지는 않다.
원문과 영화를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존 쿠색의 원맨쑈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사실 1408호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마가 점령한 방... 에 직접체험을 위해 투숙하게 되는 호러작가가 1408호 방과의 사투를 실시간보다도 길게 겪게 되는 내용인데..
워낙에 속고만 살았던 탓인지 작가는 어떤 현상이 벌어져도 그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아낸다.
문제의 돌핀호텔에서 존 쿠색과 사뮤엘 잭슨의 대화씬들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킹 특유의 적절하게 상대방을 찔러대는 대화법...) 초반은 그런식으로 가위내면 주먹내고의 재미로 끌고나가다가...드디어 방의 실체를 믿게 된 이후로는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다. 환영과 환청...벽에서 피를 토해내고 폭우와 해일이 덮치고...방을 빠져나갔다 싶으면 원점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결정타는 죽었던 딸의 환생...
날 떠나보내지 말아달라고 울먹이는 딸아이의 간청에 그 자신의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애비는 그만 무너진다. 새카맣게 타서 푸석푸석 먼지가 돼서 날리는 딸아이를 가슴에 안고 절규하면서...
역시나 여기도 먹먹한 슬픔이.....

영화를 찍는중에 막다른 벽에 부딛힐때마다 소설을 꺼내 해답을 찾아냈다고 하는  미카엘 하프스트롬 감독은 킹의 소설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 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고, 킹 자신도 자신의 홈피에 영화에 대한 대단한 만족감을 피력했다고 한다.
500여편의 소설중에 70여편의 영상화... 그 중 스테판 킹이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은 몇 안되는걸로 알려져있는데..<1408>로 적잖이 위안을 받았다고나 할까...
다음엔 또 킹의 어떤 소설의 영화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팁1 : 1408   1+4+0+8 = 13 (오우...내가 좋아하는 숫자...)

by Soover13 | 2007/08/06 20:04 | 궁시렁(New) | 트랙백 | 덧글(1)

뭐라 말하리요...- 심형래의 디 워


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8월 1일부로 개봉했다.
A급 그래픽과 Z급 시나리오라던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뒤라, 게다가 언론에서 하도 심형래감독을 까댔기 때문에(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심형래감독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사람들(일부의..)은 목빠지게 개봉일을 기다려 왔었다.
휴가 복귀후 회사분과 함께 3일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영화를 예매하고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큰 기대감(정신적인 충격이 완화될만한 글들을 미리 읽어둔 뒤에...)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매표소에서 확인한 바로는 개봉하는 주 인데도 단관으로 <디-워>를 상영하고 있어서 좀 걱정하는 맘으로 입장했었는데, 예상외로 자리들은 빼곡히 차 있어서 괴소문이 오히려 호재가 된듯한 인상을 받았다고나 할까..
나쁜 소문이 돌아도 오히려 마케팅에는 도움이 된다더니만...

어쨌던, 영화가 시작하고는 얼마 후...
나와 회사분은 둘다 잠이 들고 말았다...

단단히 맘을 먹고는 갔었지만, 배우들의 엉뚱한 열연과 특이함 없이 답습하는 내용들....그리고 우뢰매를 추억하게 하는 비주얼에 힘입어, 전날(휴가 갔다 왔다니깐....)의 피로함을 못이기고 편안히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 둘 다...
하지만, 상영시간 내내 잔것은 아니라(아마도 10~20분 정도 잔듯...) 영화의 내용파악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아무 내용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 재미있을 만한 소잿거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웬지 그 소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자꾸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느낌이 더 컷기때문에, 이야기는 포기하고 그때 그때 나오는 화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듣던대로 후반부의 비주얼은 탁월하다. 뭐...헐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났다 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꽤나 정성들이고 신경쓴 액션신들은 볼만했다. 게다가 마지막 이무기들끼리의 대결신은 기대치를 넘어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만한 근사한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여의주를 문 이무기가 용으로 변신한 뒤의 모습은 평소 동양화에 익히 나왔던 그 모습을 참으로 멋지게 입체로 뽑아냈다는 충격에 몰입도가 갑자기 상승했다. 아....이걸 보고 사람들이 차라리 풀3D로 만드는게 더 나았을거란 애길 한것이로구나...생각했다.
이 마지막 15분에 이 영화의 전부가 걸려 있었다는 생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아리랑...
뭐...듣던거보다는 꽤 들어줄만 한데...역시나 사전 보험이 이래서 중요하다니깐...곧이어 감독이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
거기서 또 한번 쇼크 먹었다.
이런 경우엔 사전보험도 소용없구나.

할 말이 없었다.

영화를 단지 영화로 봐달라던 심형래 감독은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크레딧에 그런 글을 실었을까..?
그 글을 읽는 관객들에게 자신을 동정해서 영화를 아직 안본 사람에게 <디-워>를 좋게 얘기해달라고 호소하려는 의도 였을까..?  대관절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편지를 보면서 씁쓸하게 극장을 빠져나왔다.
일부에서는 그 글을 본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던데....다행히도 내가 보던 극장에서는 그런일은 없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분위기에 동조해서 그 자리에서 나도 남 따라서 박수를 치고 싶지는 죽어도 싫었을테니까...(와이프와 혜인이는 나와 다른날 <디-워>를 보고 자진해서 박수를 쳤단다.  -_-::: 이런 열혈 마누라 같으니...)

과연 이 영화가 그런 박수를 받을만한 영화인가 아무리 곱씹어봐도 내겐 전혀 아닌 영화이다.
헌데 요사이 분위기는 아닌걸 아니라고 하면 욕먹을 분위기인것도 또 이상한 일이다. 모를일인건 <디-워>가 무슨 국가대표 영화마냥 인식되고, 그래서 월드컵때 '나 축구 안봐요...흥미없어요' 하면 매국노 취급 당했던 것처럼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잠식당했던 한국영화를 구해낼 구세주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게 뭔 일이람....

우리는 왜이리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건지...이런 사회속에서 제대로 아이를 길러낼 수 있는건지...
누가 꼭 누구를 따라잡고 눌러야만 살 수 있는 사회인지...그게 영화적인 숙명인지...
우리만 이러고 살고 있는건지...

어째 영화가 엉뚱하게 흐르고 있는거 같다.

by Soover13 | 2007/08/06 16:21 | 궁시렁(New)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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