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파커는 정의의 사도인가..? - 스파이더맨2

2004/07/14 05:24 에 작성했던 포스트를 옮겨왔습니다.

스파이더맨 2 (Spider-Man II, 2004)

미국 / 2004.06.30 / SF,액션,모험 / 126분
감독 : 샘 레이미  출연 :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알프리드 몰리나, 제임스 프랭코 

  

파이더맨이 돌아왔습니다. 기존 속편의 공식들을 깨고...

그 흔한 부제조차 달지 않고 그저 스파이더맨2 로 돌아왔습니다.

거짓말 안보태고 반가운 친구를 만난것 같습니다. 이미 1편에서, 어렸을적 TV드라마와 에니메이션으로 친숙하던 그가, 완벽히 스크린에 구현돼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 기세로 2편에서는 전성기의 성룡을 능가하는 가공할 액션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피터 파커의 인생역경도 전편보다 그 강도를 더해서 차라리 울고싶은 심정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놓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바로 피터 파커의 인생추락입니다.

피터파커의 불행이 전설에 어울리지 않게 빈약하다던가..또는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감독의 자기표출 일까요..?

아닙니다...누가 이런 액션활극, 수퍼 CG, 울트라 폼생폼사 영화에

그런 짜증나고( 안그래도 현실이 지옥같은데...) 하품나오는 자폭성 설정을 하겠습니까..?

가면을 벗고 있는 파커를 괴롭히는 설정은 그 자신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피터 파커는 왜 자신의 로또를 자신에게 쓰지 않는걸까요?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재미입니다.

현실의 무게에 짖눌리는 영웅...같지 않은 초인..이를테면 왕따 영웅!!!

 

힘을 갖기 전 피터파커는 학교에서 왕따였던게 1편의 설정이었습니다.

두꺼운 안경테에 빈약한 체구 볼품없는 운동신경에 찢어지게 가난한 집 아이..

당근 왕따라는 타겟으로 안성맞춤입니다.

더구나 이런 빈약한 녀석이 어울리지 않게도 공부 하나는 잘해서 아런 저런 과학상을 휩쓸면서 선생님들이나 웃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는 모습은 꼴불견이었을게 분명합니다.

때려주고 싶죠...괴롭히고 싶고요.

누구 하나가 나서면 아무 양심의 가책 받지 않고 자연스레 학대에 동참했을껍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런 왕따에게 엄청난 힘이 생겼다면 젤 먼저 뭘하겠습니까?

바로 복수 들어가죠..

하지만 피터는 복수하지 않았습니다...(먼저 대들기 전에는..)

 

영화상의 설정에는 자신의 오만함으로 죽임을 당한 삼춘의 마지막 유언때문인걸로 몰아가지만 그걸로는 부족한게 많습니다. 동기불발이죠. 그렇다면 좀 더 자연스레 이해하기 위해선 원작만화의 설정을 빌려와야 합니다.

전 후의 상황이 피터 파커가 정의의 사자로 남아야만 하는 이유를 뒷받침 해 줄 수 있으니까요.

일단...피터는 자신이 얻게된 로또를 다른 방법으로 써 먹었습니다.

바로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신문사에 팔아먹은것이죠.

그것은 스파이더맨으로써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때와 거의 맞물리고 있으며 그 수입으로 자신의 학비와 집세와 용돈은 물론 파산해버린 외숙모의 생활비까지 충당합니다.

만화의 후반부엔 피터 파커가 데일리 뷰글지의 편잡장으로 나옵니다. 아직 30대 후반정도로 설정이 잡힌것이니 그야말로 초고속 출세한셈이죠. 스파이더맨이란 로또를 등에 업은 결과입니다. 누가 피터 파커만큼의 특종을 물어올 수 있었겠습니까...?

원하는 사진을 자기가 직접 저질러 놓고 찍을 수 있는데..

이런걸 보면 데일리 뷰글의 편집장이 스파이더맨을 악당으로 몰아가는데 대한 일종의 선견지명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요.

게다가 자신이 학창시절부터 짝사랑해왔던 여자까지 아주 그럴듯한 핑계를 통해 붙잡았습니다.

첫사랑이 성공하는 확률이 얼마나 희박한지는 다들 느끼실껍니다.

그런 어려운 바늘구멍을 단시간에 쟁취해낸 겁니다.

성공과사랑을 다 잡는게 어디 쉬운일입니까..?

로또로도 못잡는 사람마음을 잡은겁니다.

영화에서 메리 제인이 자신을 구한 스파이더맨에게 말합니다. 영웅 스토커라고(1편..)

맞는말입니다. 사랑이 왜곡되면 스토커가 돼죠.

결국 머리좋은 피터는 정의의 사자를 자청하고 나선데 대한 충분한 댓가를 받아가고 있던 셈입니다.


미군기지가 있는 집주변의 헌책방에서 쉽게 마블사의 스파이더맨을(권당 200원...!!!) 구할 수 있었던 80년대 말 즈음에 영어단어 쪽지시험 공부는 죽어라 등한시 하면서도 만화에 나와있는 글자들을 어떻게든 해석해 보려고 영어사전 열심히 뒤지면서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는 이즈음에, 스파이더맨2는 고등학교 시절 친하게 뛰놀던 동창들을 만난 것 만큼이나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더불어 피터 파커라는 인물에 대해서 느꼈던 감정...그는 지극히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향해 불안한 발걸음을 딛고있던 우리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으므로...들이 영화상에 녹아나는것을 보면서 간만에 다시한번 내 지난날의 발자취를 생각해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스파이더맨2는 너무나 절실한 드라마를 통해서 그동안의 블럭버스터들의 선입견을 날려버렸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을법한 안락함과 화려함의 세계로 날아가지 않고 우리곁에 머무는 스파이더맨이란 영웅담에 의문을 남겨두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왜 정의의 편에 굳이 서 있는가..

 

원작만화의 설정에서 피터파커는 꽤나 물리학이나 화학에 정통한 학생으로 나옵니다.

원래 설정상에는 피터가 영화에서처럼 손에서 거미줄을 쏘지 못합니다.

물론 거미의 능력(자신의 7배의 무게를 들 수 있다. 뛰어난 제6감을 가지고 있다. 벽을 곤충처럼 자유자재로 탈 수 있다...)을 얻었지만 뉴욕의 빌딩 숲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게 하는 거미줄의 능력은 없었던 것입니다.

거미줄은 그가 스스로의 화학실험으로 만들어낸 최첨단 신소재의 응용으로 손바닥의 단추를 누르면 거미줄(무척 끈끈하고 질긴...)이 발사되는 동시에 빠른 경화작용으로 인해 길다랗게 줄이 생기면 마치 밧줄처럼 쓸 수 있는 그만이 개발하고 특허도 받지않은 동시에 불법적인 무기인 것입니다.(심지어는 아날로그적인 손 동작으로 거미줄 탄...무척이나 딱딱하고 공처럼 생긴...까지도 쏠 수 있는 고도의 테크닉을 익히게 됩니다.)

이 또한 피터의 비범한 천재성을 알게 해 주는 설정이지만 영화에선 아예 피터가 몸속에서 거미줄을 생산한다는 식으로 바꿔놓았습니다.(징그럽게도 말이죠...)
신소재의 발명만으로도 노벨상을 타는 다른 과학자들에 비교하면 피터는 엔지니어적인 감각까지 갖고 있는 정말 탁월한 과학도이자 여느 회사에서도 두팔벌려 환영할 확실한 회사의 기둥이 될 재목감입니다. 아마도 그 거미줄만의 특허권만으로도 돈방석에 앉지 않을까요?

피터는 언제든지 스파이더맨을 때려치울 준비가 돼 있는 앞날 창창한 과학도인데다가 특종사진을 마음대로 물어올 수 있는 유능한 사진기자인 것입니다.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죠?

언제든 욱한 성질대로 때려치울 준비가 돼 있는 피터...

매우 불안불안한 심정을 갖고있는 히어로입니다.

 

여기서 피터가 스파이더맨으로 남고자하는 욕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스파이더맨으로써의 피터는 불행하고 피터 그 자신의 모습으로써는 앞날이 탁 트인것처럼(음악도 경쾌합니다..넘어져도 하나도 안아픕니다..) 영화에서도 묘사됩니다. 스파이더맨으로써의 복귀는 부담스럽고 괴롭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의도적인 역설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스파이더맨은 항상 일탈을 꿈꾸는 셀러리맨들의 꿈입니다.

항상 억울하게 누군가에게 자기의 것을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고, 때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제거당하는...그런 셀러리맨들의 꿈은 시스템에 보란듯이 사표를 쓰고 영화 속의 피터가 그랬듯이 처치곤란하고 미관상 보기 좋지도 않는 거미줄을 대책없이 여기저기 쏴 대며 날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껍니다.

영화속의 교훈(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또는 자신이 정말로 하고픈것을 위해선 꿈조차도 포기해야 한다는)은 우리에게 정 반대로 작용합니다. 지긋지긋한 셀러리맨의 스트레스를 하나라도 희귀한 악당이 한타스도 넘게 싸우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길이 있다는것은 그야말로 숨통 트이는 유혹인 것입니다.

게다가 가끔씩...드러내놓고 자랑하는게 아닌...가면 벗은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맛이란..절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에게 알리고자 하는게 아닌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알리게 되는 것입니다.

스파이더맨이 자취를 감추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심하게 비난했던 뷰글지의 편집장 조차도...

이 얼마나 심하게 기분 좋은 정의의 사도입니까..?  열광하지 않을 수 없군요.

 

피터는 현실의 스트레스를 풀 돌파구로 나름의 스파이더맨을 이용하는것입니다.

앞으로 자신이 걷게될 어쩔 수 없는 셀러리맨으로써의 암담함을 돈주고도 못 살 멋진 영웅짓으로써 타개해 나가게 된것입니다. 비록 로또의 확률로  얻은 능력이지만 로또의 값어치를 넘어서는 멋진 소일꺼리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빌딩에 갇혀사는 현대인들의 꿈을 누리며 사는데 달리 불평할 것이 무엇이 있단 말입니까.?

결론적으로 피터는 피터 그 자신만으로도 초인인것입니다.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항상 선택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있는 그는 비참하게 자신의 욕망을 풀어냈던 지킬과 하이드보다 훨씬 건전한 방식으로 욕구를 배출해대는...출구없는 미로속에 갇혀사는 우울한 우리들이 만들어낸 영웅인것입니다.

 

아아...저도 스트레스...풀고싶습니다.

 

부럽다 피터 파커...

by Soover13 | 2007/08/03 12:48 | 지난 궁시렁(Old)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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