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06일
뭐라 말하리요...- 심형래의 디 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심형래 감독의 <디 워>가 8월 1일부로 개봉했다.
A급 그래픽과 Z급 시나리오라던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뒤라, 게다가 언론에서 하도 심형래감독을 까댔기 때문에(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심형래감독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도 들었었다...), 사람들(일부의..)은 목빠지게 개봉일을 기다려 왔었다.
휴가 복귀후 회사분과 함께 3일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영화를 예매하고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큰 기대감(정신적인 충격이 완화될만한 글들을 미리 읽어둔 뒤에...)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매표소에서 확인한 바로는 개봉하는 주 인데도 단관으로 <디-워>를 상영하고 있어서 좀 걱정하는 맘으로 입장했었는데, 예상외로 자리들은 빼곡히 차 있어서 괴소문이 오히려 호재가 된듯한 인상을 받았다고나 할까..
나쁜 소문이 돌아도 오히려 마케팅에는 도움이 된다더니만...
어쨌던, 영화가 시작하고는 얼마 후...
나와 회사분은 둘다 잠이 들고 말았다...
단단히 맘을 먹고는 갔었지만, 배우들의 엉뚱한 열연과 특이함 없이 답습하는 내용들....그리고 우뢰매를 추억하게 하는 비주얼에 힘입어, 전날(휴가 갔다 왔다니깐....)의 피로함을 못이기고 편안히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 둘 다...
하지만, 상영시간 내내 잔것은 아니라(아마도 10~20분 정도 잔듯...) 영화의 내용파악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아무 내용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 재미있을 만한 소잿거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웬지 그 소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자꾸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느낌이 더 컷기때문에, 이야기는 포기하고 그때 그때 나오는 화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듣던대로 후반부의 비주얼은 탁월하다. 뭐...헐리우드 블록버스터보다 났다 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꽤나 정성들이고 신경쓴 액션신들은 볼만했다. 게다가 마지막 이무기들끼리의 대결신은 기대치를 넘어서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만한 근사한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여의주를 문 이무기가 용으로 변신한 뒤의 모습은 평소 동양화에 익히 나왔던 그 모습을 참으로 멋지게 입체로 뽑아냈다는 충격에 몰입도가 갑자기 상승했다. 아....이걸 보고 사람들이 차라리 풀3D로 만드는게 더 나았을거란 애길 한것이로구나...생각했다.
이 마지막 15분에 이 영화의 전부가 걸려 있었다는 생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는 아리랑...
뭐...듣던거보다는 꽤 들어줄만 한데...역시나 사전 보험이 이래서 중요하다니깐...곧이어 감독이 관객에게 보내는 편지...
거기서 또 한번 쇼크 먹었다.
이런 경우엔 사전보험도 소용없구나.
할 말이 없었다.
영화를 단지 영화로 봐달라던 심형래 감독은 도데체 무슨 생각으로 크레딧에 그런 글을 실었을까..?
그 글을 읽는 관객들에게 자신을 동정해서 영화를 아직 안본 사람에게 <디-워>를 좋게 얘기해달라고 호소하려는 의도 였을까..? 대관절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편지를 보면서 씁쓸하게 극장을 빠져나왔다.
일부에서는 그 글을 본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던데....다행히도 내가 보던 극장에서는 그런일은 없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분위기에 동조해서 그 자리에서 나도 남 따라서 박수를 치고 싶지는 죽어도 싫었을테니까...(와이프와 혜인이는 나와 다른날 <디-워>를 보고 자진해서 박수를 쳤단다. -_-::: 이런 열혈 마누라 같으니...)
과연 이 영화가 그런 박수를 받을만한 영화인가 아무리 곱씹어봐도 내겐 전혀 아닌 영화이다.
헌데 요사이 분위기는 아닌걸 아니라고 하면 욕먹을 분위기인것도 또 이상한 일이다. 모를일인건 <디-워>가 무슨 국가대표 영화마냥 인식되고, 그래서 월드컵때 '나 축구 안봐요...흥미없어요' 하면 매국노 취급 당했던 것처럼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잠식당했던 한국영화를 구해낼 구세주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게 뭔 일이람....
우리는 왜이리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건지...이런 사회속에서 제대로 아이를 길러낼 수 있는건지...
누가 꼭 누구를 따라잡고 눌러야만 살 수 있는 사회인지...그게 영화적인 숙명인지...
우리만 이러고 살고 있는건지...
어째 영화가 엉뚱하게 흐르고 있는거 같다.
# by | 2007/08/06 16:21 | 궁시렁(New)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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